삼겹살을 프라이팬에 얹혀놓은 것도 까먹은 채 TV를 보다가 갑자기 삼겹살 생각이 나 부엌으로 가보니 삼겹살은 이미 다 타있었다. 삼겹살 본 모습은 거의 사라진 채 숯덩이마냥 온통 까매져 있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몰랐다니….
일단 배가 너무 고팠으므로 접시에 담아서 TV 앞 식탁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도저히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예전에 TV에서 보니 이렇게 탄 걸 먹으면 암에 걸린다던데. 삼겹살도 이게 마지막이라 더 구울 것도 없었고 지금 당장 너무 피곤하고 배고파 따로 요리를 할 생각도 나지 않았다. 원래 고기를 먹을 때 몇몇 개 있는 탄 걸 먹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지만, 이번 건 너무 심했다. 하지만, 딱히 집에 구미가 당기는 음식도 없고, 아니 음식 자체가 거의 없는데다 삼겹살을 굉장히 먹고 싶기 때문에 젓가락을 들고 그 이상한 삼겹살 하나를 집었다.
집자마자 삼겹살 밑으로 까만 게 우수수 떨어졌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꺼림칙했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닌 나는 그걸 입으로 가져가 씹었다. 이미 삼겹살 특유의 씹는 맛은 사라진 지 오래고 부석부석 사라지는 이상한 물질을 먹는 기분이었다. 삼키고 나서도 입 안에서 이상한 느낌이 감돌았다. 혹시나 싶어 한 개를 후딱 더 집어먹어 봤지만 역시 먹을 게 못 되었다. 더군다나 이 무서운 삼겹살들을 다 먹어봤자 배고픔이 해결되지도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입을 헹구기 위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아직도 그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냉장고로 가서 다른 먹을 게 있나 살펴보았다. 혼자 사는데다 먹을 게 다 떨어져 가던 참이긴 하지만 먹다 남은 콜라 한 병과 요구르트 2개를 제외하곤 있는 게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 이 삼겹살들은 더이상 삼겹살이 아니었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삼겹살을 또 먹었다. 또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물을 한 컵 마신 뒤 삼겹살을 바라봤다.
이건 도저히 먹을 게 못 된다. 평소에 음식물쓰레기를 거의 안 남기는 나이지만 이번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나는 봉지를 들고 와서 남은 삼겹살들을 담았다. 일단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버리러 갈 힘이 없어 일단 베란다에 놓고 식탁에 앉았다. 뭔가 씁쓸했다. 저 삼겹살도 원랜 먹으려고 이 집에 갖고 온 것인데 먹기는커녕 내가 다 태워버려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오히려 나에게 폐만 끼치고 쓰레기통으로 가버리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조금만 더 쉬다가 삼겹살들을 버리고 근처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이나 사 와서 데워먹어야겠다. 이대로 하루를 넘기기에는 너무 배가 고프다. 삼감 김밥은 삼겹살처럼 까맣게 타진 않겠지.
멍하니 있다가 몇 분 후, 밖으로 나왔다. 봉지에 있는 삼겹살들을 음식물쓰레기통에 다 털어버렸다. 다음부턴 삼겹살을 조금 신경써서 구워야겠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몇몇 개는 탄 것이 나올 게 뻔하지만….
뒷문으로 나온 아이들은 오늘도 뒷문에 서너개 있는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나 달고나들을 사먹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아저씨가 왠 병꾸러미를을 늘여놓고 앉아있었다.
ㅡ아저씨. 이 병들 뭐에요?
아이들에게는 왠 검은 액체가 담겨있고, 아저씨의 풍채도 예사롭지 않아 바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ㅡ아. 사고싶니?
ㅡ아니, 이게 뭔데요?
ㅡ아.. 이건 마법의 콜라란다.
ㅡ마법의 콜라요?
몇몇 아이들은 헛소리라며 그냥 다른 포장마차로 가거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ㅡ근데 이렇게 조그만 통에 담겨있는데 뭐가 마법의 콜라에요? 맛이 더 강화됫나요?
ㅡ그런 단순한 게 아니지.. 이 콜라를 먹으면 환상의 콜라랜드로 갈 수 있단다.
ㅡ콜라랜드요?
ㅡ그래. 한병 사서 먹어보련? 한통에 5000원이지만 진짜 환상의 나라 콜라랜드로 갈 수 있단다. 만약 못가면 내가 두배로 환불해주지..
아이들 중 한명이 귀가 솔깃해졌다.
ㅡ지금 5천원 가지고있는데.. 만약 사기면 돈 두배로 먹는거고, 진짜면 대박이지! 내가 한번 시도해본다. 아저씨, 돈 여기요.
ㅡ그래 잘 선택했다. 한 통당 일인분이란다. 나눠먹으면 효과를 못보니 주의하고..
그 아이가 당당히 콜라를 사자, 뒤따라 돈을 좀 많이씩 가지고다니는 몇 명이 더 구입했다.
ㅡ아저씨! 내일 봅시다! 사기면 진짜 만원 주는거죠!
ㅡ그래. 날 좀 믿어봐라.
콜라를 산 아이들은 따로 모여 같이 동시에 마셔보기로 했고,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김삭발이네 집으로 향했다.
ㅡ진짜 콜라랜드에 갈까?
ㅡ당연히 구라지, 그걸 믿냐? 난 꽁돈 생길 것 같아서 하나 구입해뒀지.
ㅡ어.... 잠깐만! 이 아저씨 내일 학교 앞에 없으면 끝이잖아.
ㅡ어진짜 그러네. 아 우리 사기 당한 거 아니야?
아이들은 갑자기 초조해졌다.
ㅡ일단 먹어보고 생각해보자.
ㅡ잠깐! 지금이라도 가서 환불 받아오면 되지않을까?
ㅡ미쳤냐? 딱 보니깐 사기꾼 같던데 환불 해주겠어?
ㅡ아 미치겠네.. 아. 이 집에서 학교뒷문 보이지?
아이들은 우르르 베란다로 나가 학교뒷문에 그 아저씨가 아직도 있는지 봤다.
다행히 아저씨는 같은 자리에 여전히 있었다.
ㅡ... 그럼 지금 살짝 마셔보고 효과 없으면 아저씨한테 가서 환불해달라고 할래?
ㅡ에이씨.. 나 진짜 이거뭔지 궁금하다고! 나 그냥 마셔볼께.
ㅡ야 야 좀만 기다려봐.
그 아이는 벌써 뚜껑을 따고 벌컥벌컥 마시고있었다. 그 아이는 얼굴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풀썩 쓰러지고말았다.
ㅡ씨발! 이거 독약인가봐!
ㅡ아 미친! 얜 왜케 막 마셔버리냐.. 119 불러야되나?
그 순간, 아이들의 눈에는 그 아이가 갑자기 빛을 내면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ㅡ어머.
ㅡ... 뭐.. 뭐지? 진짠가?
그 아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한 명이 갑자기 병을 따서 또 마셨다.
ㅡ내가 2등이군! 콜라랜드에서 보자!
ㅡ야! 막 마시지마! 얘들이 왜 이래!
이번에도 역시 빛을 내면서 사라졌다. 아이들은 벙 쪄있었다.
ㅡ마..말도 안돼.. 그럼 진짜란 말이야?
ㅡ나도 질수없지..
ㅡ잠깐만!
5명 중에 3명이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남은 두 명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삭발이가 입을 열었다.
ㅡ우리도 가보자. 이왕 쟤들도 다 간거, 일단 본전이라도 뽑아야지.
ㅡ... 에라 모르겠다. 가자, 가자!
남은 두 아이도 콜라를 마셨다.
정신이 혼미해졌다가 곧바로 눈이 팍 떠졌다.
ㅡ아... 머리아파..
앞을 보니 왠 문고리가 있었다.
그 외엔 아무것도 없어 삭발이는 일단 문을 열어보았다.
ㅡ....헉!
문을 열자마자 경쾌한 음악소리가 들리며 축제가 벌어지고있는 거대한 마을이 보였다.
ㅡ삭발아! 일루와!
친구들은 벌써 마을에서 무슨 이상한 음식들을 먹고있었다.
ㅡ... 진짜였다니...
삭발이의 앞으로 큰 열기구가 슝하고 지나갔다.
[WELCOME TO COLAR LAND!!]
ㅡ콜라랜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 귀여운 모자를 쓴 펭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막 하며 슬래쉬 비슷한 걸 삭발이에게 건네주었다.
ㅡ... 이거 뭐야? 먹어도 되는거야?
ㅡ응! 존나 맛있어! 빨 먹어봐.
ㅡ음...
지금까지 느껴볼 수 없었던 촉촉함과 시원스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ㅡ우와! 쩐다..
ㅡ이거 봐바. 콜라랜드 가이드북, 이 펭귄이 줬는데 더 쩔어.
ㅡ놀이동산, 게임방, 싸우나, 노래방, 당구장... 진짜 없는게 없네. 피노키오에서 이런 곳 본거같은데.
ㅡ우와... 5000원에 이런 델 오다니..
ㅡ음.. 소원방이 뭐지? 펭귄! 소원방이 뭐야?
한 아이가 펭귄보고 물어봤지만 펭귄은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이 꽥꽥 뭐라고말했다.
ㅡ뭐래는거야? 어쨌든 좋은 곳인가 보지.일단 피씨방부터 가자.
ㅡ피씨방? 다 무료야?
ㅡ당연하지
5명의 아이들은 몇시간동안 곳곳에서 정말 미친듯이 놀았다.
걸어갈 때에도 주변 풍경들이 정말 환상적이고, 또 심심하다 싶으면 거리 옆에 흐르는 강줄기에 내려가 거북이를 타고가면되기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ㅡ아 진짜 피곤하다.
ㅡ아직도 안 간 곳 진짜 많아. 언제 다 가보냐..
ㅡ오늘은 그냥 돌아가보자. 5000원 본전치기는 넘칠만큼 한 거 같은데?
ㅡ그래 돌아가자.
아이들은 자신들이 왔던 입구 쪽으로 갔다.
다행히 왔던 곳엔 문이 있었고 아이들은 문을 열어 이상한 공간으로 빨려들어갔다.
ㅡ헉! 어어어.... 뭐.. 뭐야.. 꿈인가?
삭발이는 정신을 차려보고 주변을 보니 콜라랜드에 같이 갔던 아이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ㅡ얘들아! 정신 차려봐!
ㅡ으윽..
곧, 아이들은 모두 정신을 차리고 콜라랜드에 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ㅡ나 콜라랜드에 갔다왔는데.. 설마 꿈은 아니겠지?
ㅡ나도 갔도왔어! 막 펭귄들 있고..
ㅡ반삭이 거북이 타다가 넘어졌잖아.
아이들은 그 일을 떠올리니 모두 웃음이 터졌다.
ㅡ그럼... 우린 진짜 콜라랜드에 갔다온거구나..
ㅡ와... 쩐다..
ㅡ다음주에 또 갈래? 모두 오천원씩만 모아오자구.
모두들 그러자고 약속한 뒤, 삭발이의 집에서 나갔다.
삭발이네 부모님은 맞벌이라 모두 10시나 되야 오기때문에 아이들이 자주 놀러오곤 했다.
ㅡ아.. 무슨 수로 오천원을 구한담.. 이번껀 학교에서 학비 남은 거 돌려준거로 후딱 해결하긴 했는데..
순간, 삭발이는 안방의 화장대 위에 있던 돈이 생각났다.
그리고 다음주, 아이들은 약속대로 모두 오천원을 각자 구해왔다.
ㅡ엄마한데 졸라서 졸라서 다음달꺼에서 빼기로하고 받은거야. 오늘은 진짜 미친듯이 놀아보자!
ㅡ그래!
아이들은 며칠 전, 아저씨에게 받은 연락처로 일단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는 자신이 거주중인 원룸을 가르쳐주었고,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콜라를 사러갔다.
ㅡ거 녀석들. 내가 사기 아니라고 했지?
ㅡ네. 진짜 짱이에요!
ㅡ느들 덕분에 사가는 애들이 조금씩 늘었다. 다음에도 또 오거라이.
ㅡ네. 안녕히 계세요.
아이들은 신이나서 폴짝폴짝 뛰며 삭발이네 집으로 갔다.
어른들 흉내를 낸답시고 서로 콜라병을 맞부디치면서 원샷했다.
ㅡ가자! 콜라랜드로!
두번째 가보는거라 아이들은 손쉽게 사라진 다음, 문을 열고 콜라랜드에 도착했다.
ㅡ음.. 오늘은 어디가지?
ㅡ그 소원방이라는 데 가볼래?
ㅡ끄래.
이동할 동안에도 신기한 먹을거리와 음료수가 계속 제공되어 심심치않게 갔다.
콜라랜드에서는 펭귄과 북극곰들이 매일 축제퍼레이드를 하며 사방곳곳에서 즐거운 음악이 흘러나오고있었다.
곧, 아이들은 소원방에 도착했다.
ㅡ음.. '들어가서 원하는 소원을 말해보세요'?
ㅡ우와! 진짜면 레알 쩌는건데!
아이들은 두근두근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갔고, 한 명이 바로 소원을 외쳤다.
ㅡPSP랑 DS 두개 다 주세요!
소원을 말하자마자 게임기 두개가 퉁 떨어졌고, 아이들은 깜짝 놀랐다.
ㅡ우... 우와!
갑자기 컴퓨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ㅡ소원방에서 이룬 소원은 콜라랜드를 벗어나면 사라집니다. 중요한 물건은 락커룸을 이용해주세요.
ㅡ그래도 쩌는 거 같은데?
아이들은 서둘러서 차례차례 소원을 말했다.
모두들 각자 소원을 하나씩 이루고, 이번에도 정말 질리도록 실컷 놀기시작했다.
ㅡ와.. 이놈의 콜라랜드는 진짜 지루하지가 않네...
몇시간 후, 콜라랜드에 빠져나오자, 약간의 두통만 느껴지고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8시였다.
ㅡ헉! 엄청 늦었네.. 이만 가볼게.
ㅡ야 야! 우리 내일도 갈래?
ㅡ미쳤냐? 오늘도 오천원 겨우 구했어.
ㅡ... 좋은 방법이 있지.. 나 따라와봐.
아이들은 음흉한 미소를 띄우던 오미리를 따라갔다. 5분거리의 한 아파트였다.
ㅡ여기가 뭐?
ㅡ기다려봐.. 좀 있으면 꼬꼬마들이 나오거든.
아이들은 으슥한 곳에 숨어있다가 정말 2, 3학년밖에 안되는 아이들이 뽈뽈뽈 나오자, 미리의 지시에 따라 아이들을 슬슬 따라갔다.
ㅡ여기서 뜯으면 경비한테 걸리니까 놀이터 지날 때 에워싸면 돼.
아이들은 내키진 않았지만, 미리가 경험도 있는 것 같고 콜라랜드에 정말 가고싶기도 해서 결국 그 조그만 아이들에게서 돈을 탈탈 털었다.
ㅡ울지마. 그리고 이제 보내주는데... 이 사실 부모님한테 말해서 우리들 곤란해지면 니네가 진짜 곤란해질 꺼다.. 알겠지?
ㅡ으..으흑.. 네...
ㅡ그럼 가봐.
저학년 아이들을 보내고나서 반삭이는 돈을 세보았다.
ㅡ음.. 2만원 정도 되는데..
ㅡ됐어! 각자 천원씩은 구해올 수 있겠지? 내일 보자!
아이들은 찝찝한 느낌을 버릴 수 없었지만 다음날, 콜라를 사고 다시 삭발이네 집으로 모여 콜라랜드로 갔다.
ㅡ아! 역시 진짜 재밌다! 돈 구해오길 잘했어!
ㅡ봐바! 내가 그러길 잘했지?
그렇게 또 저녁 8시까지 놀고나서 아이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ㅡ아 조금만 더 놀껄!
ㅡ그러게... 나 조금만 화장실 쓸게.
반삭이는 화장실에 들어가다 안방 화장실에 있는 돈봉투를 발견했다.
ㅡ...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다.
ㅡ야! 내일도 갈래?
ㅡ야... 3일연속은 무리야.. 또 돈 뜯게?
ㅡ아니.. 내가 쏠께! 이거 봐.
반삭이는 2만 5000원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ㅡ우와! 반삭아 니가 짱 먹어라! 가자, 가자!
ㅡ그래!
그 후, 아이들은 또다시 어린 아이들의 돈을 뺏거나, 반삭이의 도둑질, 또는 각자 어떻게든 구해온 돈들로 거의 매일 콜라랜드에 가기시작했다.
콜라랜드에 가지않는 주말엔 아이들은 금단현상까지 보이기 시작했으며, 점점 현실은 콜라랜드에 가기위해 억지로 사는 것이 되어갔다.
ㅡ아 드뎌 월요일이다! 나 어제 콜라랜드가는 꿈 꿨어.
ㅡ좋겠다... 어쨌든 빨리 가자! 어제 머리 깎는다고하고 돈 받았어.
*
ㅡ네? 더이상 없다구요?
ㅡ자네도 알다시피 그건 잘못 만들어진 거잖나... 그 실패작을 대체 어디서 다 팔아재낀거야?
ㅡ... 사실 근처 초등학교에서 싹 다 팔아치웠죠.
ㅡ허허허.. 설마했더니 진짜 초등학교 간건가? 자네 걸리면 진짜 깜방 최소 10년은 간다구.
ㅡ뭐, 다 떨어진 김에 다음주에 해외로 떠야죠. 돈은 진짜 두둑히 벌었으니... 근데 초등학생들이 돈은 많더라구요?
ㅡ참나... 진짜 웃기는군... 수고했네. 표는 끊었나?
ㅡ아직요. 돈 좀 바꿔가야죠. 저 진짜 많이 벌었다구요.
ㅡ알겠네. 그럼, 인연이 되면 다음에 보자구.
ㅡ네.
뚝.
『 RSB 78 Xㅡ5
제조과정 중 이상이 생겨
폐기처분하려 했으나
너무 많은 양을 생산해
방치한다.
20세 이상에겐 약이 도통
들지않고
아마 사춘기 이후의 청소년에게도
약이 들지않는다.
뇌 체계가 아직 덜 미성숙한
아이들에게만 극도의 쾌락을 준다.
우리쪽 7살짜리아이 두명에게
먹였더니 효과가 대단하더라.
냄새만 맡아도 애들이 미친다.
분류ㅡ마약 』
*
ㅡ히히 아저씨 여기 이만 오천원요.
ㅡ미안한데... 애들아.. 콜라가 다 떨어졌단다.
ㅡ네?
아이들은 충격에 빠졌다.
ㅡ... 더.. 더 없어요?
ㅡ그래.. 이만 돌아가보거라.
아이들은 모두 얼이 빠진 채로 집 밖으로 나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갈려고 준비를 모두 한 상태에서 갑자기 못가게되니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머리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ㅡ으아아아아악!
다섯 아이들은 그날 내내 괴성을 지르며 모든 사람에게 성질을 내며 언뜻 보기엔 정신병자로 보일만큼 미쳐보였다.
그 다음날, 다섯 아이들은 멍한 상태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한명이 입을 열었다.
ㅡ우리가 콜라랜드에 간 지 1년이 넘었는데 이제 안 갈꺼야? 우리 모두 거기서 여친도 각자 생겼잖아! 야! 아저씨한테 다시 가보자. 숨기고 있는게 있을지도 몰라!
ㅡ그... 그래! 남은 게 있을 수도 있어!
아이들은 곧장 아저씨의 집으로 달려갔다.
ㅡ아저씨!
아이들은 문이 부서질때까지 미친듯이 두드려댔다.
ㅡ야! 망치 줘봐.
혹시나해서 챙겨온 망치로 문을 부쉈다. 이미 아이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ㅡ... 뭐.. 뭐야? 니들!
ㅡ아저씨? 남은 거 있으시죠? 똑바로 말해주시지않으면 서로 곤란해집니다.
한명이 식칼을 들고 아저씨의 목에 들이댔다.
ㅡ이 새끼들이 미쳤나! 칼 안 놔?
ㅡ바른대로 말하시죠?
식칼을 든 아이가 아저씨의 허벅지에 칼을 내리꽂았다.
ㅡ으아아아아악!
ㅡ그 다음은 목일겁니다. 다시한번 기회드리죠. 있으시죠?
ㅡ없어 이새끼들아! 그럼 찾아보든가!
두 아이가 아저씨를 붙잡고 한명이 칼을 든 채로 나머지 두명이 방 구석구석을 뒤져보았다.
ㅡ대체.... 대체.. 어디있는거야!
ㅡ없잖아! 이제 그만 풀어! 초딩새끼들이 단체로 돌았나..
ㅡ아씨.... 콜라 어딨냐고!
ㅡ없다고!
ㅡ에이씨!
칼을 든 아이가 아저씨의 심장 쪽에 칼을 꽂았다.
ㅡ으어억.. 억..
ㅡ씨발!!!
아이들은 망치도 들고오고 각종 무서운 장비들로 콜라랜드에 못가는 분노를 아저씨에게 표출했다.
ㅡ허억... 헉...
아이들의 정신은 점점 현실과는 멀어지며 콜라랜드와 섞이기 시작했다.
아저씨의 몸은 정말 처참하게 훼손된 채 죽어있었고 아이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저앉았다.
ㅡ... 누구세요?
ㅡ저 문 좀 열어주세요. 여태껏 이 오밤중에 사람 사는 곳 찾아다니다가 겨우 발견했습니다."
집 안의 사람은 작은 구멍으로 외부인을 보았다. 곧 문을 열어주었다.
ㅡ아이구, 감사합니다. 이 근방엔 온통 황무지뿐이군요. 하룻밤만 신세지고 가도 될까요?"
ㅡ아, 네에……. 괜찮습니다. 많이 추워 보이시네요. 안으로 들어오셔서 몸이라도 좀 녹이세요. 커피라도 한잔 드리겠습니다."
ㅡ커피보단……. 혹시 차가운 냉수 있나요? 갑자기 마시고 싶네요."
ㅡ냉수요? 뭐, 있기야 하지만……. 갖다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집에 살던 사람은 냉장고로 가고, 외부인은 소파에 앉아 집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곧, 집에 살던 사람이 냉수 한 컵과 자신이 먹을 커피 한잔을 들고 왔다.
ㅡ아 감사합니다. ... 그런데 저 혼자 사시나요?"
ㅡ네? 네. 그렇죠..."
ㅡ이런 외딴 곳에서 혼자 사시면 정말 외로우시겠군요. 그래도 집 이곳저곳에 꽤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흔적이 있네요.
ㅡ... 그건 여기가 원래 마을회관이라 그렇습니다. 시설은 좋았지만 위치선정을 아주 잘못해서 폐쇄되고 지금은 마을 중앙에 설치됐죠. 전 여길 허락받고 사는 거구요.
ㅡ아. 그랬군요.
ㅡ그래도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이따금 심심하면 혼자서 카드를 치기도 하고, 라디오도 듣고 은근히 재미가 쏠쏠하죠. 그나저나 이런 황무지까지는 어쩌다 오시게 된 겁니까?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요.
외부인은 뭔갈 말하려다 입을 그냥 다물었다.
ㅡ그냥 조그마한 일이 있어서 왔지요. 그러다가 갑자기 길을 잃어버려서요..
ㅡ.. 아 그렇군요.. 음... 바로 주무실 건가요? 주무실 거면 이부자리 펴드리겠습니다.
ㅡ아 아닙니다. 지금은 아직 잠이 안 오는 터라..
ㅡ딱히 하실 것이 없으실 텐데...
ㅡ그럼 여기서 지금까지 어떻게 살으셨죠?
ㅡ네? 저야 뭐,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 있으니...
ㅡ음...
ㅡ저.. 사실 전 여기서 소설을 씁니다. 그.. 조용하고 풍경도 적막해서 소재가 잘 떠오르거든요.
ㅡ아, 정말요? 그 소설 한번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ㅡ아하하.. 아직 플롯만 짜고 있는 중이라...
ㅡ플롯만이라도 안 될까요?
ㅡ죄송합니다.. 좀 부끄러워서요...
ㅡ... 아 제가 괜한 말을 한 것 같군요. 혹시 저 때문에 오늘의 작품 활동에 방해라도..?
ㅡ그건 아닙니다. 전 .. 그 낮에 작품 활동을 하죠.
ㅡ그렇군요...
잠시 고요한 침묵이 감돌다가 외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ㅡ우리 심심한데 카드게임이나 좀 할까요?
ㅡ아, 네. 그럽시다.
ㅡ트럼프로 포커나 원카드하기엔 좀 식상하고.. 진실게임이였나? 여튼 그거 하실래요?
ㅡ진실게임이요?
ㅡ게임이름이 자세히 뭔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서로 패를 나눠서 카드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번갈아가며 제일 밑의 카드와 같은 색의 카드를 계속 뒤집어서 올려놓는 게임이죠.
ㅡ아아... 뭔지 알겠네요. 같은 색이 아니더라도 계속 올리다가 상대방이 거짓말 같다고 의심되면 게임 도중에 뭔갈 외쳐서 다른 색이였으면 상대방이, 같은 색이 맞았으면 자신이 지금까지 낸 카드들 다 가져가는 거 맞죠?
ㅡ네. 잘 아시네요.
ㅡ그런데 이 게임을 둘이서 해도 재밌나요?
ㅡ재밌을 겁니다.
ㅡ... 알겠습니다. 카드를 가져오죠.
집에 살던 사람은 잠시 후 카드를 가져왔다.
ㅡ심심할 때 카드를 혼자 자주 치신다더니 먼지가 좀 많이 쌓여있네요.
ㅡ아, 요즘은 거의 안해서요..
ㅡ그렇군요.. 자, 밑에 놓을 카드 하나만 빼면 52장이니 섞어서 딱 반절 나눠가집시다.
ㅡ네.
ㅡ음.. 검은색이군요.. 저 먼저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정말 지루하게 번갈아가며 카드를 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외부인이 스톱을 외쳤다.
ㅡ어, 어. 잠깐만요. 카드 좀 한 번 봅시다.
집에 살던 사람은 쑥스럽게 웃으며 방금 놓은 카드를 보여줬다. 빨간색이었다.
ㅡ이야.. 그것 참 기가 막히게 잡아냈네요. 그냥 찍은 겁니까?
ㅡ처음엔 그냥 순서가 오는 대로 놓다가 어느 순간부터 생각하는 시간이 차츰 길어지더군요. 그리고 빨간색을 놓을 땐 미간이 살짝 올라가는 것 같더군요. 맞나요?
ㅡ네? 전 잘 모르겠네요.. 여튼 대단하십니다. 전 그냥 막 놓았는데 말이죠.
ㅡ막 놓긴요, 그 쪽도 절 흘겨보던데요? 그런데 좀 특이하시더군요. 얼굴이 아니라 몸통 쪽을 보시던데..
ㅡ아 그건 그냥 팔을 본 겁니다.
ㅡ그런가요? .... 그런데 재미없죠?
ㅡ... 솔직히 말해서 둘이서 딱히 재미를 느끼기가..
ㅡ하하, 저도 그랬어요. 죄송합니다.
ㅡ아 아닙니다. 저야 이렇게 말동무가 잠시 생긴 것만으로도 기쁜걸요.
둘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흐르다 외부인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ㅡ그나저나 이 마을은 어떤 마을입니까?
ㅡ아 여긴 처음이라고 하셨죠. 뭐 그냥 조용한 마을입니다. 안개가 착 내려앉아 있는 것 같아 좀 분위기가 으스스하긴 하지만 그냥 괜찮은 마을이죠.
ㅡ그런데 마을회관을 어떻게 이렇게 외진 곳에 지었는지 의문이군요.
ㅡ저희 마을 특성입니다.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집집마다 간격이 상당히 넓어요. 이 마을회관은 별장 분위기 나게 지은 거구요. 살짝 멀어서 흠이지만.
ㅡ그럼 여긴 이제 아무도 안 오나요?
ㅡ네.. 그럴 겁니다. 조금 멀기도 한데다 책임자도 없이 그냥 버려졌다시피 계속 있었거든요.
ㅡ..... 소설 쓰기 딱 좋으시겠네요.
ㅡ네.. 그렇죠..
외부인은 잠시 집에 살던 사람의 눈치를 보다가 말을 꺼냈다.
ㅡ음... 어느 정도 친해졌으니 저도 솔직하게 하나 얘기하죠. 전 사실 이 쪽에 뭔갈 조사하러 왔습니다.
ㅡ.... 뭐죠?
ㅡ그건 비밀입니다만.. 일단 사람이라는 것만 알려두죠.
ㅡ저랑은 상관없겠군요.. 세상과는 거의 동떨어져 살아왔으니..
ㅡ아주 악질인 놈이죠... 내일 동이 트면 본격적으로 찾아 볼 생각입니다.
ㅡ잘 찾으시길 바라요...
ㅡ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종이뭉치들은 뭐죠?
ㅡ아 신문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모아놓았던 거죠. 마을 자체발행신문인데 제가 신문을 안 버리고 모으는 습관이 있어서...
ㅡ조금 봐도 되겠습니까?
ㅡ... 네. 상관없습니다.
외부인은 종이뭉치에서 차근차근 신문들을 읽어보았다.
ㅡ마을에서 발행하는 것 치고는 꽤 잘 만들었군요.
ㅡ그렇죠? 저도 그런 생각 했었는데..
ㅡ..... 여기 오신 지 어느 정도 되셨죠?
ㅡ네? 그건 왜...
집에 살던 사람은 달력을 보며 말했다.
ㅡ그... 4월 6일에 여기 왔었죠.
외부인은 시계를 봤다.
ㅡ오늘이 4월 20일이니.. 온 지 며칠 되진 않았군요.
ㅡ네...
ㅡ그런데 신문이 왜 3월 3주차까지밖에 없죠? 4월 초에 왔으면 4주차도 있을 것 같은데...
ㅡ... 그 땐 짐 정리하느라 좀 바빠서요..
ㅡ아.. 그렇군요...
외부인은 신문을 마저 훑어보다가 다시 정리를 해놓았다.
ㅡ그런데.. 안 주무시나요? 벌써 자정이 지났는데...
ㅡ제가 좀 늦게 자는 편입니다. 가지고 온 책이나 좀 읽다 자죠. 졸리시면 먼저 주무세요.
ㅡ저도 꽤 늦게 자서요.. 그럼 전 소설 구상이나 좀 하다가 자겠습니다.
ㅡ네. 아, 잠자리 제공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ㅡ아니에요. 지금 이 밤에 갈 곳도 없을 텐데...
ㅡ그러고 보니 오면서 들은 말인데 이 마을에 얼마 전에 살인마가 돌았었댔죠? 4명인가 죽이고 갑자기 사라졌다던데.. 저도 밖에서 그냥 자려다가 무서워서 집을 찾은 거죠.
ㅡ아 정말요? 전 여기 박혀 살아서 잘 모르겠네요... 그런 일이 있었다니..
ㅡ마을사람이었는데 그런 것도 몰랐나요? 마을이 정말 흉흉해졌다네요..
ㅡ큰일이군요..
외부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꺼냈다.
ㅡ... 살인마가 돈 건 3월이었다고 하던데 정말 모르십니까?
ㅡ..... 절 의심하는 건가요?
ㅡ아 아닙니다. 단지 뭔가 이상해서요.
ㅡ전 선량한 사람입니다.
외부인은 들고 온 가방에서 몽타주 그림을 꺼냈다.
ㅡ빌 스미스씨... 맞으시죠?
ㅡ.........
ㅡ맞으시네요. 얼굴이 딱 똑같은데.
ㅡ절 잡으시러 오신 겁니까?
ㅡ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ㅡ저... 전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 현장에 있었을 뿐이라구요!
ㅡ네. 네. 그러시겠죠... 그런데 이곳에 왜 도망쳐오신겁니까?
ㅡ으으... 전 그냥 그 때 실루엣만 보이는 위치에서 마지막에 그 사람 뒷모습만 본 것뿐이라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절 범인으로 몰아가려고 하니...
ㅡ.... 안타깝군요.. 전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것입니다.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나요?
ㅡ이제 필요 없습니다. 전 그냥 여기 쭉 갇혀 살 꺼 에요!
ㅡ여기서 말 안 하시면 당신을 바로 경찰로 넘기겠습니다. 전 이런 걸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죠...
빌 스미스는 의자에 앉아 잠시 고민을 하다 자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자신이 본 상황을 그대로 다 말했다.
ㅡ꽤나 자세히 보셨군요.. 실루엣만 보이는 위치에서 그렇게 상세하게..
ㅡ보인 걸 어쩌라구요! 다행히 그 놈 눈에 안 띄어서 다행이지, 무서워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ㅡ... 그 범인에 대해서는 뭘 보셨나요?
ㅡ그냥 뒷모습뿐이었습니다.
ㅡ아니 뭐 특징적인 것이라도?
ㅡ전 모릅니다! 아 목 뒤에 하트무늬의 문신이 있었을 겁니다.
ㅡ... 정말입니까?
ㅡ네..
ㅡ당신 목 뒤 좀 봅시다.
ㅡ이 사람이 진짜...
빌 스미스는 웃통을 벗고 목 뒤를 보여줬다.
ㅡ... 없군요.
ㅡ맞잖아요.. 전 범인이 아닙니다.
ㅡ음... 그런데 당신에겐 한 가지 흠이 있습니다.
ㅡ네?
ㅡ.... 너무 많이 알고 계시군요.
ㅡ네?
ㅡ제 목 뒤를 보시죠.
ㅡ........!!
외부인은 가방에서 총을 꺼내 빌 스미스에게 겨눴다.
ㅡ여기서 당신만 죽이면 이 사건은 미스터리로 남고 깔끔하게 문제없이 끝납니다.
ㅡ이... 씨...씨발.. 아 어떻게 이런 일이..
ㅡ보고나서 아무 말 안 하셨으면 상관없으실 텐데 너무 말을 많이 했군요.
ㅡ진실은 말해야 되는 거니까요...
ㅡ아니죠. 이런 건 그냥 눈감아주는 겁니다. 그랬으면 이런 비극적인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죠.
~탕!
ㅡ윽...으...
ㅡ... 수고하십시오. 전 물이나 마시고 가야겠군요.
~탕!
외부인은 빌 스미스에 이마에 총을 한 번 더 쏘고 물을 한 번에 들이켜고 밖으로 나섰다.
ㅡ윽.
외부인은 갑자기 숨이 턱 막히더니 문 앞에서 쓰러져 죽어버렸다.
집 안의 빌 스미스는 안도의 표정을 지은 채로 죽어있었다.